사랑 참 덧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사랑에 목마르다.

남는 것은 지독히도 쓰라린 상처뿐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지나이다의 죽음을 알고 나서 며칠이 지난 뒤, 나는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우리와 한집에 살았던 어느 가난한 노파의 임종을 지켜보게 되었다. 


누더기에 싸여 딱딱한 판자 위에 자루를 베개 삼아 누운 그 노파는 몹시 괴로워하며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일생은 매일 필요한 것을 얻으려는 
고통스러운 투쟁 속에서 흘러가 버린 것이다. 그녀는 기쁨을 몰랐고, 
행복의 달콤함도 맛보지 못했다. 그녀는 아마 죽음을, 
그리고 죽음이 주는 자유와 편안함을 기뻐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 늙어 빠진 육체가 버틸 수 있는 동안, 그녀의 가슴이 그 위에 얹힌 차디찬 손 밑에서 
아직도 고통스럽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마지막 힘이 그녀를 버리기 전까지 
노파는 계속 성호를 그으면서, "주여, 내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하고 내내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의식의 불꽃이 반짝하면서, 비로소 노파의 눈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졌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이 가난한 노파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나는 지나이다의 최후가 생각나 무서워졌다. 그
래서 나는 그녀를 위해서, 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고 싶어졌다.

 


첫사랑/투르게네프 *이항재 옮김/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