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식탁 





혼자 음식점에 온 사람에게 몇 분이냐고 묻는 주인은 둔하다. 
그러나 그곳이 고깃집이라면 꼭 그렇게만 볼 수도 없다. 삼겹살 2인분, 공깃밥 하나, 
소주 한 병. 특별히 괴상한 취향이 아니지만, 
오후 일곱 시에 혼자 온 여자의 주문치고는 조금 생소할 수 있다.

 여자는 쌈 세번에 소주 반 잔씩, 양손을 다 써가며 조용한 식사를 한다. 
집게로 고기를 뒤집고 가위로 고기를 자르고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고 손으로 입속에 넣는, 
평범한 식사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여전히, 사각의 링 위에 서 있다. 
관중과의 싸움, 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내가 여자를 보기 전에 여자가 먼저 나를 바라본다. 우리의 눈이 마주치면, 
두 입이 동시에 열린다. 거울을 사이에 두고, 모든 박자와 요령을 초월한 그 말. 
우리 합석하실래요?


 <2010 제55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수상후보작, 윤고은, 현대문학



 나는 혼자 산에도 가고 올레길도 걷고 떡볶이도 먹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본다.

혼자 할 줄 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자 하는 것이 재밌고 맛있고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일 때도 즐겁고 낯선 이와 함께 하는 것도 나름의 
그만큼의 설렘과 떨림이 있듯이

혼자일 때는 혼자일 때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밥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의 대상은 밥 먹는 일 자체가 아니라 '시선'이리라.

그런데 정작 다른사람들은 생각만큼 그렇게 혼자 먹는 사람에게 신경을 두지 않는다.

글에서처럼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고깃집에 가서 삼겹살 2인분에 소주를 시켜먹는 
'특별한' 상황만 아니라면.

행여 그 '특별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냥 잠시 경이롭게 흘깃 쳐다보기만 하고 
다시 고기 굽는 일에 열중할 것이다.

자기 앞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가 중요하지, 혼자 삼겹살 2인분을 '한라산 하얀거'와 
함께 먹
는 여자가 뭐 그리 대수인가.


 혼자 밥 조차 못 먹는 사람이 세상 그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그런데 나도 고깃집에서 고기는 못 구워 먹어봤다.

내일은 혼자 막창이라도 가볼까.